소송사기, 피해자 직접 기망 없으면 무죄일까?

가족끼리의 분쟁은 돈 문제보다 감정이 더 크게 남습니다.

“저는 속이려고 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을 돕고 싶었어요.” 그런데 동생으로부터 ‘소송사기’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소송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상대방을 직접 속이지 않았는데도 성립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소송사기란 무엇일까

소송사기는 쉽게 말해, 법원을 속여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고 그 판결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기는 피해자를 직접 속입니다.
하지만 소송사기는 조금 다릅니다.

  • 기망당하는 사람 → 법원
  • 실제 피해자 → 상대방

이렇게 구조가 나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삼각사기’ 형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소송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권리가 없었다고 다 사기일까?


여기서 핵심을 짚어야 합니다.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과적으로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소송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사기가 성립하려면,

  • 자신에게 그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 허위 주장이나 허위 증거로 법원을 속이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 사실관계를 착각했거나
  • 법률 해석을 다르게 이해했거나
  •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주장한 경우

이런 경우는 원칙적으로 소송사기로 보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은 원래 서로의 주장을 다투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될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계약서를 위조해 제출한 경우
  •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경우
  • 허위 진술서를 만들어 법원에 낸 경우

이 경우에는 “법원을 기망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소송사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방에게 불리한 자료를 굳이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송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방어권 행사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실행의 착수는 언제일까

이 부분도 자주 다투어집니다.

  1. 원고의 경우 →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
  2. 피고의 경우 → 허위 증거를 제출하거나 허위 주장이 담긴 서면을 낸 때
  3. 강제집행의 경우 → 집행 신청을 한 때

즉,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법원을 속이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 시점부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형제 셋이 어머니의 생전 증여 재산을 두고 정산을 마쳤고, 서로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A가, 이미 정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푼도 못 받았다”고 주장하며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A가 정산이 끝났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이를 숨기고 승소 판결을 받아 재산을 이전받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법원을 속여 판결을 받아낸 것”이 되어 소송사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미 소멸한 채권을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권리가 실제로 없었느냐가 아니라,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로 주장했느냐입니다.

 

피해자를 직접 속이지 않았는데도 성립할까?

가능합니다.

소송사기는 상대방을 직접 기망하지 않아도, 법원을 속여 판결이라는 국가의 처분을 받아내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동생을 속인 게 아니라 법적으로 다툰 것뿐이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소송을 제기할 당시의 인식과 의도가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소송은 권리를 주장하는 정당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그 절차를 이용해 허위 사실로 판결을 받아내면 형사문제가 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억울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법적 판단을 잘못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혹시 소송사기로 고소를 당했다면, 당시 자신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는지부터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민사와 형사의 경계는 생각보다 섬세합니다.
하지만 고의가 없다면, 방어할 길 역시 분명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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