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 안은 사람은 많고, 운전기사는 시간에 쫓기죠. 이런 상황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으로 번지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소개할 사건은,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멈춰 있던 순간 벌어진 일입니다. 다만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조금 바꿔서 보겠습니다
퇴근 시간대,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기사 A는 한 정류장에서 승객 C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습니다.
C는 격하게 반응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기사를 밀치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이를 말리던 다른 승객까지 폭행했습니다.
문제는 폭행 시점이었습니다.
버스는 이미 정류장에 정차한 상태였고, C는 “운행이 끝난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운행 중’이 아니라고 주장한 이유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것이었습니다.
버스가 멈춰 있었는데도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가해자 측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이미 정차했으니 운행 중이 아니다. 그러니 일반 폭행죄일 뿐이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형량 차이는 상당했을 겁니다.
법원이 본 ‘운행’의 의미
여기서 적용된 법이 바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입니다.
이 조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에서 말하는 ‘운행 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습니다.
조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여객자동차가 승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했습니다.
- 사건은 퇴근 시간대, 승객이 많은 상황에서 벌어졌고
- 버스는 노선 운행 중 정류장에 잠시 멈춘 상태였으며
- 정차 후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았고
- 기사는 승객이 정리되면 곧바로 출발할 예정이었고
- 차량에는 다수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는 점
결국 “비록 멈춰 있었지만 운행이 완전히 종료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본 것입니다.
왜 이렇게 엄격하게 볼까?
이 규정의 취지는 단순히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운전자가 폭행을 당하면 순간적으로 차량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고,그 피해는 버스 안 승객과 도로 위 시민 전체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행 중 운전자 폭행은 일반 폭행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결국 징역 8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단순한 시비로 끝날 일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정차 중이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차가 멈춰 있으면 운행이 끝난 거 아닌가요?”
하지만 노선버스처럼 계속 운행을 전제로 한 상황에서는
잠시 정차한 상태도 여전히 ‘운행 중’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승객 승하차를 위한 정차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정리해보면,
-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멈춘 상태라도
- 노선 운행 중이었다면
-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시 정차는 ‘운행 종료’가 아닙니다.
분노는 몇 초지만, 형사처벌은 몇 년이 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안에서의 폭력은 개인 간 다툼을 넘어 공공의 안전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