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재판청구 남용 논란 속 형종상향금지원칙 적용 기준 정리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나왔는데, 억울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걱정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괜히 재판 청구했다가 징역 나오는 거 아니야?”

이 질문 때문에 정식재판 청구를 망설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형종상향금지원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취지는 꽤 단순합니다.

 

 

약식명령과 정식재판, 구조 이해

검사가 비교적 가벼운 사건이라고 판단하면, 정식 공판을 열지 않고 서류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합니다.

그러면 법원은 기록을 보고 벌금형을 선고하는데, 이것이 ‘약식명령’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 A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 A씨는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때 생기는 의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형종상향금지원칙이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쉽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 약식명령이 벌금형이었다면
  •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이나 금고형으로 올릴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걸 ‘형종 상향 금지’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형종’은 형벌의 종류를 말합니다. 벌금이냐, 징역이냐 같은 구분이죠.

즉, 피고인이 혼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는데, 그 때문에 형의 종류가 더 무거워지면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왜 이런 원칙이 있을까요?

만약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도 재판을 청구하지 못할 겁니다.

억울해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닐까?” 하며 포기하겠죠.

그래서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둔 것입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해서 형벌의 종류가 더 무거워지지는 않는다는 보장입니다.

 

그런데 벌금 액수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그럼 벌금도 절대 못 올리는 거 아닌가요?”

그건 아닙니다.

 

형의 종류는 올릴 수 없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는 액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약식명령 벌금 300만 원 → 정식재판에서 벌금 500만 원

이렇게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판결서에 왜 형을 올렸는지 그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이 규정이 생긴 이유는, 정식재판을 일부러 시간 끌기나 벌금 납부 지연 목적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에 일정한 재량을 둔 것이죠.

 

다른 사건과 병합되면 어떻게 될까?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 B씨가 모욕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 그런데 별도로 진행 중이던 사기 사건과 항소심에서 병합되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이 “어차피 여러 사건이 합쳐졌으니 다 묶어서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그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이 적용됩니다.
병합되었다고 해서 벌금형이었던 사건을 징역형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그 부분은 분리해 선고해야 합니다.

 

형종상향금지원칙이란,

  •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 다만 같은 벌금형 범위 안에서 액수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 다른 사건과 병합되더라도 이 원칙은 유지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말지는 전략의 문제입니다. 증거 상황, 전과 여부, 다른 진행 중인 사건, 피해 회복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괜히 청구했다가 바로 징역 가는 거 아닌가요?”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은 최소한, 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의 종류를 더 무겁게 하지는 못하도록 막아 두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두려움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내 사건에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그 부분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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