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청구 유보 증명책임 누구에게 있나, 합의해제 판례 정리

민사소송을 하다 보면 꼭 부딪히는 벽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누가 증명해야 하죠?”라는 질문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법원은 “그걸 입증하세요”라고 말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계약을 합의로 해제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입증책임이 왜 중요할까

소송에서는 모든 사실이 100%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양쪽 말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법원은 “입증책임을 진 사람이 증명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원칙으로 판단합니다.

즉,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면
그 사실을 주장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계약을 ‘합의’로 해제하면 어떻게 될까


계약이 깨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한쪽이 약정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
  • 법에서 정한 사유로 해제하는 경우
  • 그리고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해서 해제하는 경우

이 중 오늘 문제 되는 것은 합의해제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8755 판결에서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계약이 당사자 합의로 해제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손해배상 특약이 있었다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핵심은 여기입니다.

합의로 계약을 끝냈다면, 원칙적으로는 서로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조금 바꿔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가 B에게 상가 건물을 20억 원에 매수하기로 계약하고, 계약금 2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중도금 일부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성 문제로 양측이 협의 끝에 계약을 없던 일로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즉, 일방이 위약으로 깨뜨린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해서 정리한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B가 이렇게 주장합니다.

“당신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니 손해배상금을 내라.”

이 경우, 단순히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었잖아”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합의로 계약을 종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증명해야 할까?

합의해제 상황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 “합의해제 이후에도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거나
  • “손해배상청구권을 유보했다”는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

는 점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즉, 위 예시에서는 B가 입증책임을 집니다.

그런 특약이나 유보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었는데도 안 되나요?

여기서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계약 체결 당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조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합의해제’를 하면서 그 부분까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합의해제는 말 그대로 “계약을 정리하자”는 새로운 합의입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합의해제 당시에도 “그래도 손해배상은 따로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입증책임을 집니다.

 

정리해보면,

  1. 계약이 합의로 해제되면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2. 다만 손해배상 특약이 있었다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을 유보했다는 사정이 있다면
  3. 그 사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합니다.

결국 소송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니라 “누가 증명해야 하고, 실제로 증명했는가”의 싸움입니다.

계약을 합의로 정리할 때는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중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이걸로 완전히 끝인가요?”
“손해배상은 별도로 남겨두나요?”

이 한 문장이 나중에 수억 원의 차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합의해제를 할 때는 감정 정리만 하지 마시고, 법적 정리도 반드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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