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서로 가족처럼 지냈고, 주변에서도 다 부부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그때부터 법의 벽이 느껴집니다.
“나는 배우자인데, 상속을 못 받는 건가요?”
이 질문은 정말 절박하게 들립니다.
오늘은 그 부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배우자’의 의미
상속에서 배우자는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가집니다.
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 다른 상속인이 있으면 공동상속인으로
- 다른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상속인으로
재산을 상속받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입니다.
즉,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닙니다.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았더라도, 자동으로 상속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아무 권리도 없을까?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족연금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 등 각종 유족연금의 수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연금 제도에서는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 주변 진술, 공동생활의 증거 등이 입증 자료가 됩니다.
상속은 안 되더라도, 연금 부분은 길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상속인이 아무도 없다면?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에게 법정상속인이 전혀 없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특별연고자’로서 재산 분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심판’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법정상속인은 아니지만, 생전에 특별한 관계였으니 재산의 일부를 나눠달라”
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지
- 경제적으로 어떻게 의지했는지
- 실제 부부생활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나누어 줄지 결정합니다.
중요한 기한이 있습니다
이 분여 청구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인 수색 공고 기간이 끝난 뒤 2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기한을 놓치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을 끌지 말고 바로 법률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해보면,
-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닙니다.
- 다만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면 유족연금 수급은 가능합니다.
- 상속인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특별연고자로서 재산 분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분여 청구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부정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냉정한 동시에, 최소한의 통로는 남겨 두고 있습니다.
혹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나는 아무 권리가 없다”고 단정하지 마시고,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자료부터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이 전부를 보상해 주지는 못하지만, 전혀 외면하고 있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