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은행 대출 숨기고 동시 대출 받으면 사기죄 될까?

“다른 은행에도 동시에 대출 신청한 걸 말 안 했는데, 그게 사기인가요?”

솔직히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은행이 다 조회하는 거 아닌가요?”
“묻지 않으면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 문제,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실제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이 있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먼저 보겠습니다

피고인은 A저축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서, 동시에 다른 저축은행에도 대출을 신청해 둔 상태였습니다.

A저축은행에서 분명히 물었습니다.
“다른 금융회사에 동시에 진행 중인 대출이 있습니까?”

피고인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대출을 받은 뒤 약 6개월 후, 늘어난 채무를 포함해 신용회복위원회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은행이 더 꼼꼼히 확인했어야 할까,
아니면 대출 신청자가 사실대로 말했어야 할까?

 

1심과 2심은 무죄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이런 취지였습니다.

저축은행은 원래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는 곳이고,
차주의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검증 의무’를 더 무겁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었습니다.

즉, 은행도 스스로 걸러냈어야 한다는 시각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를 인정했습니다.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는 반드시 계약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거짓말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을 속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을 종합했습니다.

  • 다른 금융회사 대출 진행 여부를 허위로 답한 점
  • 제대로 알았다면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았을 가능성
  • 당시 피고인의 재산 상태와 채무 규모
  • 대출금 사용처
  • 6개월 만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점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으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사기죄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럼 무조건 대출금 전부가 사기인가요?


이 사건에서는 별개의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만약 다른 대출 신청 사실을 고지했다면
대출이 아예 거절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자가 더 높아졌을 뿐이라면,

그 차액 부분에 대해서만 사기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였습니다.

즉,
‘전액 사기’가 아니라
‘이자 차액만 사기’로 보자는 의견입니다.

실무적으로도 이런 논점은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 금융기관이 물었는데 허위로 답했다면, 사기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은행이 알아서 확인했어야지”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특히 그 사실이 대출 승인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대출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신뢰를 전제로 한 거래입니다.
질문을 받고도 사실과 다르게 답했다면, 그 순간 형사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설마 처벌까지 되겠어”라고 넘기지 마시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융거래에서의 한 마디는 생각보다 큰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