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댓글을 보다 보면 “기레기”라는 표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이죠. 그럼 이런 표현을 쓰면 무조건 모욕죄가 될까요?
제가 소개해 드릴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사건의 시작
자동차 관련 인터넷 신문 기자 A씨가 쓴 기사가 포털사이트 ‘핫이슈’ 코너에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한 네티즌 B씨가 댓글로 이렇게 남겼습니다.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
이 한 문장 때문에 B씨는 모욕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형법에서 말하는 모욕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사기꾼이다”는 사실 적시가 될 수 있지만, “형편없는 인간이다”는 추상적 평가로서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레기”는 어떨까요?
법원도 인정했습니다.
이 표현 자체는 기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유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무죄가 나왔을까?
핵심은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였습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다소 거친 표현이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라면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했습니다.
- 해당 댓글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댓글 창에 작성된 점
- 기사 내용이 당시 논란이 많았던 자동차 부품 안전성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었고, 다른 언론 보도와 상반되는 취지였던 점
- 많은 독자들이 기사 제목과 내용, 기자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을 달고 있었던 점
- “기레기”라는 표현이 기사나 기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비교적 널리 사용되어 온 단어라는 점
이런 사정을 종합해, 해당 댓글은 논란이 된 기사에 대한 비판 의견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그렇다면 ‘기레기’는 언제나 처벌되지 않을까?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이번 판결은 “기레기라는 표현은 무조건 괜찮다”라고 선언한 것이 아닙니다.
맥락이 중요합니다.
- 아무런 근거 없이 특정 기자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경우
-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인격을 깎아내리는 경우
- 공적 사안과 무관하게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항상 표현이 나온 전체적인 맥락, 당시 상황, 표현의 강도를 함께 봅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사이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언론 보도는 공적 관심사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 역시 어느 정도 넓게 허용됩니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 인격을 짓밟는 표현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한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이 놓인 자리입니다.
정리해보면,
- “기레기”라는 표현은 원칙적으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합니다.
-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과 맥락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따라서 모든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가볍게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인격을 향한 공격이 되는 순간 문제는 달라집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 대신 근거로 말하는 것이라는 점을 한 번쯤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